정부지원사업에서 연구책임자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연구책임자 중에는 본인이 연구개발기관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잊는 경우가 간혹 생기는 것 같다.
최근 우리 기업에서 연구책임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듣기로는 연구책임자가 정부과제를 진행하면서 기업과는 별개의 입장을 취하는 게 문제였다.
비용 사용부터 규정, 연구원들의 관리까지 기업에서 참견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과제 진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방향성을 주는 경우에는 경고도 했다.
“연구비 사용에 관여하면 횡령, 과제에 참여 중인 연구원의 관리는 온전히 연구책임자의 권리다.” 라면서,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정부과제가 중지될 수도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게 맞는 말일까?
필자는 정부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문의를 받고,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기업과 그 구성원과의 관계에 대한 것도 많은데, 대다수는 구성원이 기업에 불만을 갖는 경우다.
연구수당을 갈취한다던지, 하기 싫은 연구책임자를 시킨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업 입장에서의 불만은 신선했다.
1) 용어의 정의
자, 우선 연구개발기관과 연구책임자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 연구개발기관 :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 연구개발기관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연구개발과제의 선정・협약의 대상임
- 연구책임자 : 연구개발과제를 총괄하는 연구자

굳이 정리하자면, 정부과제의 협약 주체는 연구개발기관인 ‘기업’이고 연구책임자는 이런 정부과제가 잘 진행되도록 총괄하여 관리하는 연구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연구책임자의 역할과 그 책임은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책임자 역시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 이전에 기업에 소속된 직장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2) 연구책임자의 권한 오용 사례 및 의견
여비 지급 및 전문가활용비 등의 규정을 연구책임자가 기업의 동의 없이 만들어, 연구비와 출장비를 지급했다.
연구비 사용에 대한 회계를 정산하기 위해 회계 법인에서는 ‘연구개발기관’의 여비 규정 등을 요구한다.
이때 연구개발기관은 기업의 기업부설연구소나 혹은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 집단이 아닌, 그들이 소속된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허락을 받지 않고 연구소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제출한 여비 규정은 의미가 없다.
다만 회계 법인에서 이를 세세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정산을 하는 것일 뿐이다.

연구원의 출장 및 업무를 연구책임자의 지시 외에는 기업에서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연구원들의 연차, 퇴근 시기를 연구책임자에게만 보고하도록 했다.
선후 관계를 모르고 이와 같이 지시하는 연구책임자들이 간혹 있는 것 같다.
연구책임자를 포함한 연구원 모두 정부과제 이전에, 기업에 고용된 피고용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과제 진행보다 기업에서의 지시가 우선인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와같은 행위를 사전에 기업으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근무 조건에 명시되어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의 요청에도 연구비 통장을 직접 가지고 사용하며, 사용 내역을 기업에 보고하지 않는다.
기업의 허락이 있었다면, 편의를 위해 연구비 통장을 연구 담당자가 관리 및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연구비 통장 역시 기업 명의의 통장인데 사용 내역을 기업에 보고하지 않는다면 문제 아닌가?
연구비 사용 내역의 보고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정부과제의 연구비는 연구책임자가 아닌 연구개발기관에 지급되는 것이다.
기업의 재무제표에도 잡히는 기업의 경영활동자금이라는 것이다.
이를 연구책임자가 마음대로 사용하고, 그 사용 내역을 보고하지 않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신규 연구원의 채용을 과제 연구비로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기업 허락 없이 진행한다.
연구책임자가 기업 대표가 아닌 이상, 말도 안되는 행태로 보인다.
직원이 늘어나는 일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로 기업의 허락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최종적으로 기업이 승인을 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말이다.
연구수당 등의 소득세 부분을 기업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 역시 기업이 연구수당의 소득세를 대신 내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기업에서 정부과제 경험이 없다 보니, 전문가라는 연구책임자의 말에 속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간혹 연구원의 소득세를 대신 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기업의 선의에 의한 것일 뿐이다.
기업에서 이와같은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과제를 가지고 이직한다고 했다.
의외로 이와 같은 협박에 속이 타면서도 참는 기업 대표님들이 계신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과제는 정부에서 ‘연구개발기관’에 요청한 것이다.
연구책임자가 이직한다면 연구책임자를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연구개발기관을 교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과제 자체를 그 결과물을 포함하여 하나의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연구개발기관 변경 시 양수도 계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3) 연구개발기관에서 고려할 것
개인적으로는 연구개발기관에서 연구책임자에 큰 자율성을 주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상 기업에서의 참견이 많으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과제의 경우 큰 돈을 사용하며, 실패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래도 경험 있는 연구 책임자의 판단과 관리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진행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진행 상황만 점검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연구책임자의 연구 및 과제관리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에서는 연구책임자를 더 적합한 사람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물론 전문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적절한 사유가 있어야 할 뿐이다.
다만 연구책임자의 변경을 쉽게 생각하지는 말자.
과제 선정에는 연구책임자의 역량이 평가 점수에 반영되었다는 것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기업에서 직접 연구과제를 확보하여 그 직원을 연구책임자로 지정하거나, 혹은 대표가 직접 연구책임자가 되는 경우에는 이런 갈등이 있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외부의 전문가가 정부과제를 만들어 오는 경우나, 혹은 기업 자체적으로 정부과제를 만들기 어려워 아예 관리만 맡기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잘 모르기 때문에, 혹은 정말 정부과제가 중단될까 참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연구개발기관과 연구책임자의 관계는 상식선에서 기업과 피고용인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연구 및 관리 행위는 그 선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과제는 규정을 기반으로 상식선에서 운영이 된다.
깊이 생각해보고도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면, 필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문의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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