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력산업에 대해서(2020)

기업을 창업할 때는 편의상 사무실 또는 자택과 가까운 곳에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여러 이유로 인해서 내 사업체와 다른 지역에서 사업자등록을 하기도 한다. 투자를 받기 위한 조건이나,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유리한 지역은 기업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고려할 만한 것이 있다.

정부 과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역별로 세팅된 산업시설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인프라’라고 하는 것이다.

2년 전에 함께 정부과제를 준비했었던 기업은 부산의 의료기기 기업이었다. 창업 1년이 갓 지난 이 기업은 정부과제가 꼭 필요하다고, 정부과제를 따내는 것이 그 해의 가장 큰 목표라고 했었다.

다만 돈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영업은 이미 자리 잡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회사의 역량을 외부에 소개하기 위한 무기 중의 하나로 정부과제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정부과제를 잡아 진행 중인 업체는 크게 와 닿지는 않겠지만, 이런 이유로 정부과제를 생각하는 업체들이 꽤 있는 편이다. 특히 신생 업체이거나, 혹은 외부에 알릴만한 적절한 업력이 부족한 쪽에서의 수요다. 물론 순수하게 과제비가 목적인 곳이 더 많기는 하다.

아무튼 문제는 이 회사의 사업자 등록지가 부산이라는 것이다. 업종은 의료기기업이고.

부산은 의료기기의 개발을 지원해줄 만한 기관을 찾기가 어려웠다. 국내 최대의 항구 도시 부산에서는 주력산업이 조선,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관련 기관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의료기기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그나마 가까운 기관 중 찾은 곳이 ‘김해산업진흥의생명융합재단’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관리하는 정부과제 중 도전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의료기기업을 생각하는 예비창업자에게 내가 추천하는 지역은 강원도 지역이다. 강원도는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과 더불어 규제자유 특구사업 등이 있어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에게는 먹을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여기에 더해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나 강원테크노파크 등에는 의료기기와 관련된 지역사업들도 많은 편이다.

만약 의료기기가 아닌 선박이나 조선 쪽의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와 관련된 인프라가 있는 부산이나 전북 쪽을 추천했을 터이다.

결국 해당 기업에서는 지역사업 대신,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중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지역사업 중에서는 의료기기와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초기창업패키지를 선택했고 말이다.

이 외에 지자체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

우리 기업에서 하는 사업이 올해 지자체에서 밀고 있는 사업과 겹친다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아래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2020년 지역별 주력사업 현황이다.

지역별 주력산업의 경우 지역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정해진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세금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좋은 먹거리에는 지자체끼리 경쟁이 붙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기존에 하지 않던 분야를 새로 시작하기도 하고, 하고 있던 산업분야가 축소되기도 한다.

우리 기업의 사업 분야가 이와 맞물리는 위해서는 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를 수시로 확인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의료기기업에 목적을 두고 나와 함께하는 한 기업은 최근에 강원도에서 사업자등록을 했다. 현재는 디딤돌창업과제에 선정이 되어 1년간의 초기 개발자금을 확보했고, 사무실을 알아보는 중이다. 사무실 등록 후에는 연구개발전담부서를 만들고, 강원도의 지역과제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평소에 정부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정부과제를 함께하는 기업의 성장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추천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