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제 도전해보고 싶다는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는 편이다.
문의를 주는 기업들 중에는 비R&D과제보다는, 지원금이 큰 R&D과제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과제를 원하고 준비하는지는 기업의 선택이다.
하지만 정부과제, 특히 R&D 과제를 준비하는 기업에서는 과제를 기획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R&D 과제 경험이 없는 업체는 보통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기획부터 개발까지 완료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R&D 과제를 준비한다면, 선정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기획부터 시작하는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R&D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생각하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이미 개발을 절반정도 해 놓았고, 이번 과제를 통해 완성을 하겠다.”
아마 과제평가를 몇 차례 받아본 연구원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처음 과제를 도전해보고자 한다면,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R&D과제에서는 기획부분을 과제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정부과제와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평가장에서의 과제 기획에 대한 반응
필자 역시 과제계획서상에서 개발 일정을 작성할 때는 기획의 영역이 포함되도록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뜬금없이 설계나 부품구매부터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R&D과제 계획서 다른 계획서와 마찬가지로 기승전결이 명확하도록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원들이 이렇듯 기획 파트를 넣어서, R&D과제 계획서를 작성한다.
문제는 과제를 평가하는 평가자들의 시선이다.
‘이 업체가 혹은 계획서대로 연구개발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과제를 평가하는 평가위원이, 혹은 과제를 담당하는 간사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그렇다 보니, 과제 평가 상황에서 이런 질문이 자주 나온다.
“이거 어디까지 진행했어요?, 도면은 만들어 놨어요?” 등등의 질문 말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을 가지고 과제를 준비해 온 연구원들은 이런 질문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정부지원을 받아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고 하는 것인데, 평가위원들의 질문이 예상과는 다른 것이다.
필자가 현업에 있을 때도 이런 경험은 있었다.
평가자 – “개발을 어디까지 진행해 놓았어요?”
발표자 – “과제에 선정되면 바로 개발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평가자 – “그럼 준비된 게 하나도 없네요.”
발표자 – “개발을 하려고 과제를 신청한 건데요?”
평가자 – “과제를 하려면, 개발을 최소 반절은 해 놓았어야죠. 평가위원들이 뭐를 믿고 당신을 뽑습니까?”
발표자 – “…”
물론 모든 평가위원들의 생각이 저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가 R&D과제 평가 자리에서는 매우 자주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보자면, 과제만 받아놓고 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또는 계획서와는 달리 부실하게 마무리되는 과제가 너무 많다.
이럴 경우 기업을 선정한 평가위원 입장에서도 혹은 과제를 관리하는 간사 입장에서도 반길 수 없다는 것을 기업에서도 이해를 해야 되는 부분이다.
결국 위와 같은 에피소드는 정부지원사업에 선정이 되면 개발을 시작하겠다는 기업과, 어느 정도 진행되어 성공이 보장된(혹은 보이는) 기업을 선정하겠다는 평가위원의 바람이 서로 엇갈리며 만들어지는 상황일 뿐이다.
2. 과제 계획서 평가기준에서의 과제 기획
일전에 정리했었던 2023년도의 중기부 과제 평가기준을 다시 확인해 보자.
2023년 중기부 R&D과제 평가 기준을 보면, 선행연구의 우수성 및 적정성이 포함되었다.
이는 2024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기준에 따라 중기부 과제의 계획서 양식에서는 선행연구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와, 선행연구 중에서 어떤 부분을 이번 연구에 활용할 것인지를 각각 1~2페이지씩 작성해야 한다.
해당 사항이 없으면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친절한 안내문구와는 달리 이 부분을 비워두는 것은 과제 선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제에 따라 이 선행연구 관련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 ~ 15점 정도로 책정될 수 있는데, 이부 부분에 아예 내용이 없다면 평가자가 점수를 매기기에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선행연구가 없다면 매우 큰 감점요소가 있다.
2) 그렇다면 이 점수를 위해서는 선행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평가자라고 생각해보자.
과제에 선정이 되면 과제 기획을 하겠다는 업체와, 이미 비슷한 내용의 선행연구가 있었다는 업체 중 어느쪽이 과제 준비가 더 잘되어 있을 것 같은가?
아마 선행연구가 있는 업체가 더욱 믿을만할 것이다.
선행연구가 있다면, 신청한 과제와 비슷한 주제의 선행연구가 진행되었던 만큼 일부의 설계나, 부품의 준비도 진행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연구 기획이 담고 있는 것들이 이와같은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가위원 입장에서는 과제와 관련된 선행연구가 있다면 이번 연구개발 과제의 기획은 어느정도 진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정부과제에서의 R&D 과제와 R&D 기획과제의 구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의 국가 R&D사업의 정의를 보면 “연구개발 활동이 객관적으로 구체화된 실체”를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연구개발활동이란 연구개발 자원(인력, 예산)을 활용하여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R&D사업기획 또는 R&D과제기획의 영역을 R&D와는 별도로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정부과제를 R&D 과제와 R&D 기획 과제는 구분하여 정리한다.
실제로 연구개발을 하는 것과 기획을 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종류의 과제는 서로 다른 결과물과 연구 과정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 중에서도 수요조사나 기획과제까지 고려하는 기업들도 있고, 매년 공고되는 일반 과제들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로 나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법규상에서도, 실제 진행에서도 R&D의 기획과 실제 연구개발은 명확히 다른 분야라는 것을 알아두자.
다시 서두로 돌아와서 질문해 보자.
R&D 과제에 기획을 포함하는 것이 당연할까?
연구개발의 시작은 기획이 시작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R&D 과제의 시작은 기획 이후, 개발 성공의 확신을 평가위원에게 줄 수 있는 시점부터가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과제는 선정이 되어야 정부과제는 진행이 되는 것이고, 선정이 되기 위해서는 평가위원들에게 마무리까지 잘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은 위와 같은 경험을 가진 연구원들의 잦은 푸념에, 왜 그런 질문들이 나오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기도 하다.
R&D 과제를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도 과제평가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명확히 이해하고 과제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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