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사용,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정부과제와 관련하여 자주 요청받는 컨설팅이 있다.

막상 R&D 과제에 선정되어 연구비를 받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급한 경우가, 과제 종료 시기에 남은 연구비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연차 종료에 따라 이월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주로 최종 단계에서 연구비가 남아있으면 난감한 감이 있다.

이른바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마 정부과제를 해보지 않은 기업들 혹은 계획에 맞춰 연구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문제들은 자주 있는 편이다.

1. 연구비가 남게 되는 몇 가지 상황들

다양한 이유로 인해 연구비를 과제 종료 시기까지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연구비가 남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굳이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선정된 과제에 무신경한 경우

연구비가 남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정 기업이 과제에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보통은 과제 선정 또는 협약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인다.

반면에 과제가 선정된 이후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과제 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우선 회사 일부터 해야겠다.”

이렇게 하루이틀 연구를 진행하지 않다 보면 어느새 과제 종료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연구개발이야 급하게 할 수 있지만, 돈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

 2) 개발할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

최근 들어 점점 더 체감폭이 커지고 있는데, 과제 시작 일시보다 협약일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과제 종료일은 공고에 나온 그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로 인해 12개월간의 개발 과정을 진행해야 할 과제가 10개월 또는 9개월로 줄어들게 된다.

애초에 연구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3) 계획이 실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계획서는 말 그대로 계획을 정리해 놓은 문서일 뿐이다.

실제 과제 개발 과정에서는 내/외부의 환경에 따라 개발 방향이 바뀌거나 축소되기도 한다.

이는 연구비 사용 과정도 마찬가지다.

처음 계획한 비용보다 장비가 비싸거나, 혹은 계획했던 일들이 취소되어 비용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각각의 경우도 문제지만, 보통 상기의 설명한 상황들이 겹쳐 문제가 커지게 된다.

2. 연구비 사용 기한과 관련된 규정들

R&D 과제를 진행함에 있어, 연구비를 사용하는 세목은 많지 않다.

크게 보면 인건비, 장비비, 재료비, 연구활동비, 연구수당, 간접비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이 중에서 인건비는 과제 기간 동안 매달 일정금액을 사용하므로 남을 일이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영리 기업에서 간접비와 연구수당은 과제 종료시기에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큰 걱정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이 장비비, 재료비, 연구활동비인데 이 세목들은 그 예산이 크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한다.

 1) 장비비 및 재료비

2023년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르면 장비비와 재료비는 입고일을 기준으로 각각 최종(단계) 종료 2개월 전까지, 최종(단계) 종료 전까지를 기한으로 한다.

규정만 보자면 과제 막바지에도 구입이 가능하여, 연구비 사용이 어려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은근히 과제 종료 시기에 장비나 재료를 구매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자주 있다.

예를 들어 과제 종료 일주일 전에 재료가 입고되었다고 해보자.

비용 사용에 대해 감사하는 회계법인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년간의 연구기간 중 과제 종료 직접에 재료를 사서 연구결과를 만들 수 있나?’

‘연구비를 반납하지 않고 소진하기 위해서 연구와 상관없는 것들을 구매한 것이 아닌가?’ 등등 말이다.

연구비를 사용할 때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판단했을 때,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와야 한다.

이른바 비용 사용에 대해서 스토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연구활동비

연구활동비는 포함된 세세목이 많아 까다롭다.

또한 재료비나 장비비처럼 큰 금액이 한꺼번에 지출되기보다는 다양한 세목의 적은 금액들이 모여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과제 종료시기까지 사용되지 않은 연구활동비는 처리하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의 연구활동비는 과제 종료 전까지 사용하면 되지만, 예외가 되는 세세목도 있다.

소프트웨어나 사무용 기기는 장비와 마찬가지로 과제 종료 2개월 전까지 도입이 되어야 한다.

‘스토리’상 이 이후에 구매하는 것들은 과제와 상관없이 구매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정부과제 연구비를 문제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획에 맞춰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연구개발이라는 것이 초기에 생각했던 것과 같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비용을 사용하지 못했다며, 이를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묻고는 한다.

이미 늦어버린 기업들은 컨설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언을 드리고는 한다.

사실 정부과제는 기업의 연구비를 절약하고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받은 연구비를 다 사용하지 못하거나 혹은 잘못 사용해 반납하는 것은 매우 아까운 일이다.

아직 과제 초기라면,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기업 내부의 사정상 어렵다면, 과제 초기에 되도록 많은 연구비를 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아깝다면, 필자와 같은 잔소리꾼과 함께 하는 것도 추천드린다.